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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b.xyz 입력 2019-07-03 03:00 수정 2019-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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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別件 수사 위법성 확인한 맵 판결… 미란다 판결보다 훨씬 더 중요해
    ‘미란다 원칙’ 떠받드는 나라에서 별건 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
    적폐청산 大義에 가려진 별건 수사… 재판 과정에서 철저히 가려내야
    송평인 논설위원
    미국에서 미란다(Miranda) 원칙을 확립한 미란다 판결 이전에 ‘맵(Mapp)’ 판결이 있었다. 별건(別件) 수사를 통해 수집된 증거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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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 경찰관 3명이 맵이란 여성의 집을 찾아 폭파사건 혐의자를 찾고 있다며 집을 수색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맵은 변호사와 통화를 한 뒤 수색을 거부했다. 경찰관은 맵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집을 수색했다. 그러나 혐의자는 찾지 못했다. 그 대신 음란물을 발견하고 맵을 음란물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맵은 기소됐고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맵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맵의 음란물 소지 혐의는 폭파사건 혐의자를 찾는 본건(本件)과는 상관없는 별건(別件) 수사의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별건 수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별건 수사로 수집된 증거를 명확히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위법 수집된 증거는 배제하라고 형사소송법에 나와 있지만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위법으로 볼지는 법원에 달려 있다.

    방위사업청 공무원들이 방위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다는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가 있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직원들의 법인 카드 사용 명세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사무실 컴퓨터 외장 하드와 업무 서류철을 통째로 압수해갔다. 압수된 컴퓨터 외장 하드에 직원들의 군사기밀 유출을 입증하는 자료가 있었던 모양이다. 기무사가 그 자료를 열람하고 직원들을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이를 별건 수사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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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감에 불타는 일반인이라면 이 판결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경위야 어쨌든 군사기밀 유출이 있었고 그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증거가 있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식적 판단을 뒤집었기에 맵 판결은 충격적이었다.

    수사의 경위야 어떻든 맵은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원은 수사의 경위를 문제 삼았다. 수사기관의 손쉬운 수사에의 유혹을 방치할 경우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는 과거 영장도 없이 아무 데나 뒤져 증거를 찾을 수 있던 시대에서 영장이 있어야 압수수색할 수 있는 시대로 넘어왔다.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는 압수수색을 인정하면 영장도 없이 증거를 찾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적 사고가 법원의 판결에 깔려 있다.

    미란다 원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해 고지받지 않은 상태에서 혐의자의 자백은 강요에 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강요에 의한 자백이 위법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더 노력하면 변호인접견권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자백도 위법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인접견권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해서 혐의자가 자백을 했는데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 프랑스 신문 르몽드에서 퀴즈 문제를 하나 본 적이 있다. 미란다 원칙이 프랑스에도 적용되느냐 아니냐를 묻는 퀴즈였다. 정답은 ‘아니다’였다. 프랑스도 뒤늦게 미란다 원칙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미란다 원칙을 형사소송의 대원칙처럼 받들고 있다. 형사소송 체계까지 할리우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는 천박한 풍토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미란다 원칙과 같은 높은 수준의 원칙을 존중하는 나라에서 별건 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는 심각한 불균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정의를 세운다는 입장에서 보면 영장주의 자체가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법치는 정의를 실현하는 기술(技術)이면서 정의의 추구를 제한하는 기술이다. 프랑스 혁명기의 자코뱅에서 20세기 공산주의자들까지 정의를 세우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의를 유린한 역사가 적지 않기에 정의 추구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적폐청산 수사가 별건수사로 얼룩졌다 할지라도 재판만큼은 적폐청산의 대의(大義)에 가려진 수사의 위법을 가려내 형사소송 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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